아침에 전철을 타면서 졸았다. 시험기간이라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일요일 뒤 월요일, 새벽부터 일어나려고 벨을 울려놓고 설 잠을 자서 그런가 보다. 평일엔 바쁜 아침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생활이 벌써 4개월이나 지났다.
학 교에 도착해 달력을 보니 오늘이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다. 2008년도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 1/4가 지나갔다고 아쉬워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반이나 지나갔다. 그 반년의 시간동안 나는 무얼 했나 생각해보았다. 따지고 보니 별로 한 것도 없다. 아쉬움이 밀려온다. 초록의 봄 중에서 가장 푸르고 무성하긴 하지만 아직 가지가 덜 자란 숲의 나이에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1월 달에는 중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와 직장을 구해보려고 시도를 했었고 3월부터는 근로 장학생 일을 하고 있다. 아, 6개월 시간을 딱 한 줄로 정리했다. 이렇게 짧은 일을 하면서 나는 6개월이나 흘려보냈다.
앞으로 나의 23살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나의 22살이 지나간 지 벌써 6개월이나 되었다.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예 전, 생각하기도 싫은 시절엔 시간이 참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이 드는 게 싫었다. 아니, 아침에 눈을 뜨는 게 고통이었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젊은 아침은 내겐 큰 고통이었다. 또 아니, 나에게는 아침이었으니 남들에게는 낮이었던 그 시간이 큰 어려움이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하는 그런 상황이 싫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23살은 나의 20살보다 훨씬 행복하다. 푸르던 봄이 아니라 아쉽지만, 내겐 파란 이 봄이 더 행복하다. 더 이상 나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던 19살에서 멈춰버린 나의 봄은 23살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많이 아쉽다, 이대로 뜨거운 여름을 맞이해야 하는 게.
그래도 괜찮다. 나의 23살은 아직도 반년, 6개월이나 남았다. 나의 40살은 아직도 17년이나 더 남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행복하다. 더 이상 아침이 괴롭지 않은 것에.
나는 행복하다.
#2
이제 이 일을 그만 둘 때가 되었나보다. 사무실이 그리 크지 않아 라디에이터 하나로도 충분히 시원한데 더워서 못 살겠다며 교수님들과 직원들이 합심해 에어컨을 하나 에어컨을 신청했다. 전에 있던 사람들은 문제없이 겨울과 여름을 잘 보냈는데, 이는 분명 본인들이 이사오면서 책상배치를 맘대로 한 결과물인데, 책상 위 수납장을 마주보고 붙이고 네 명이 그런 식으로 책상을 마주보고 앉아서 그로인해 생긴 현상인데, 원인인 책상구조를 바꾸지 않고 에어컨을 설치하려고 한다. 사무실도 건물 건설당시 원래 구조가 아니라 벽을 트고 막는 공사를 해 합판 같은 벽이 있는 탓에, 덥다고 난리치는 그네들의 벽 쪽에 캐비닛을 늘어놓을 것이라 에어컨을 달 수 없다며, 내 옆 자리 기둥같이 튀어나온 벽에 달겠다고 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에어컨의 위치이다. 에어컨을 달기로 한 그 바로 옆은 라디에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전의 에어컨이나 새로 다는 에어컨이나 위치는 똑같다는 것이다. 천장까지 닿는 서랍장을 사무실 중간에 두 대씩 붙여놓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며 그러는 것이다. 어차피 새로운 물건을 달아도 바람의 방향은 똑같은데 말이다.
조만간에 이 일을 그만두어야겠다. 위치상 내 앞, 내 머리위의 벽에 달면 안 되냐고 하니, 시설과 직원이 그건 나한테 너무 해로워서 안 된다고 한다. 사무실 조교들이 추천하고 시설과 직원이 말렸다. 그러다 찾은 공간이 먼저 말한 자리에서 직선거리 1미터도 안 떨어진 내 옆의 벽이다. 에어컨을 틀면 나는 그 찬바람을 그대로 받는다. 내가 안보이나 보다. 그 바람을 책장 벽의 반대편까지 가게 만들려면 적어도 지금 라디에이터 바람세기의 두 배 정도는 돼야 할 텐데... 사람을 하나 죽이려고 하나보다.
찬바람을 맞으면 안 되는데, 내 상황을 이야기해도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것 같다. 아니, 이야기해도 달라질 것 없이 '그러래서 어쩌라고?'의 눈빛으로 나를 대할 것 같다. 본인들도 2년의 계약기이면서, 1년의 계약기간을 가진 나의 조건은 눈에 보이지 않나보다.
알면서 그러는 건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우스갯소리로 그러는 건지, 나보고 '~씨는 이래도 저래도 해롭네.' 라며 웃으며 말하는 조교가 밉다. 자기일이 아니라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가, 사람이 있음에도 의견조차 묻지 않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조롱하는 게 싫다.
그렇게 퇴근 5분 전 그런 일과 그런 말을 듣고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런 식이라면, 그렇게 에어컨을 단다면 나는 이제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그만둬야겠다. 나는 내 건강을 위험한 낭떠러지에 올려놓고 싶지 않다. 자칫하면 자살을 고려할 정도로 나는 죽고 싶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편한 허드렛일을 하며 내 건강을 내놓고 싶지 않다. 건강은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고 배려 따위로 남의 손에 맡기는 게 아니다. 누가 누구에게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는 건가.
그러나 집에 와서 구인 사이트를 뒤지며 또 갈등을 하게 된다. 그 자리를 벗어나니 안도감이 밀려와 사태파악을 잘 못하고 있다. 정확한 판단이 안 되고 뭉뚱그려져 느껴진다.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된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90% 굳혔다. 이런 식으로 가면 나는 그만둘 거다.
내 입에서 '내일부터 안 나오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외장형의 그런 행동이 계속된다면 중이 절을 떠나면 된다.
행복했던 아침이 우울한 오후로 변했다. 나는 행복하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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