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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중국어 예습

니가다해/주절주절 2006/12/15 17:38 posted by Greensun
2002년 겨울은 추웠다. 그래도 견딜 수 있던 건, 눈 가리고 야옹 하던 내 자존심 때문이었다. 조회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는 게 학창시절 이루고픈 일이었다. 그 좋은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으니 얼마나 섭섭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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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은근히 좋다. 책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독해 부분도 있다. 난 다른 건 둘째 치우고 단어를 먼저 공부했다. 중국어 2 교과서인데 1학년 때 미 사용한 책이다. 내가 1학년 때 2학년이 이 교과서로 배웠었다. 그래서 난 당연히 나도 다음 해에 이 교재를 사용할 줄 알고 예습을 했었다. 내가 7차 1세대인 것을 잊고 있었다.

이 해에 우리학교에 중국 어학연수를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영향으로 한 반에서 몇 명씩 빠지고, 또 아이들이 특기적성을 안 하려 들어서 아무도 안 했던 것 같다. 가고 싶었지만 단기로 3주 프로그램이었는데, 200만원의 돈을 들이기엔 너무 아까웠다. 물론, 부모님께는 나~중에 말씀 드렸다. 그리고는 그 방학에 도서관에 가 저 책의 단어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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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공부할 때 1과나 2과 정도를 외웠던 것 같다. 저렇게 단어를 외우고 본문을 살짝 해석해 보고 모르는 부분은 표시를 해놓았다. 그 땐 몰랐는데 생각보다 좋은 방법이었다. 나중에 2학년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1등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지기 싫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기쁨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이제까지 난 그렇게 자진해서 공부를 즐겁게 해 본 적이 없었다.

2학년에 올라가니 새롭게 교과서를 샀다. 《輕輕松松》이라는 시리즈의 책으로 7차 교육과정부터 중국어교재가 개편되었다. 독해, 회화, 문법, 작문, 청해, 문화, 실무가 있는데, 2학년 때는 독해, 문법, 작문, 회화를 공부했다. 실무는 교과서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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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본문 부분이다. 겸양어라든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꼭 알아야 하는 말이도 있다. 뒷 부분의 독해 부분에는 유명한 문장이나 작품의 구절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신(魯迅)을 여기서 처음 봤다. 여기에 나온 노신의 작품 중 《一件小事》가 영어 교과서에 나오기도 했다. 짧은 작품이라 내용이 같아서 신기했었다. 그 밖에도 孟姜女 이야기나 호적의 《一笑》같이 쉽지만 좋은 내용의 유명한 작품도 수록되어 있다.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를 해본 기억이 없어서 저 때 가졌던 그 마음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일 수가 없다. 지금 저런걸 하라면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물어보고 해도 손해를 보는지 알아보고 나서야 겨우 남이 시켜서 하는 것 처럼 할 것 같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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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말 중국어 경시대회

니가다해/주절주절 2006/12/15 17:16 posted by Greensun
정말 재미있었다. 중국어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영어만 외국어는 아니었다. 열심히 한다고 외워도 이해되지 않던 영어와는 달리, 열심히 공부하니 이해되고 말이 되는 언어였다. 처음으로 그런 흥미를 느꼈으니 다른 과목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중국어만 공부했었다.

학년 말, 처음으로 중국어 경시대회가 있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경시대회, 솔직히 말하면 교내 중국어 시험이었다. 중국어과 60여명 중에서 중국어 성적은 1등을 했었다. 그래서 내심 내가 제일 잘 봤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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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시험을 보니 100점을 못 받았었다.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웠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도 있었고, 듣기문제는 무슨 소린지 몰랐고 보기가 무슨 뜻인지 읽지도 못 했다. 그래도 나에겐 찍기가 있었다. 찍었다. ㅡㅡ;; 운 좋게 94점이 나왔다. 하지만 옆 반의 어떤 아이는 97점을 받았고, 난 2등을 했다.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께 상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결국 남의 뒤통수만 보았다.

다음 해에 또 학기말 경시대회가 있었고, 난 운 좋게 만점으로 1등을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듣기는 역시 찍었는데, 신기하게도 다 맞았었다.) 2등은 80점대로 격차는 무려 20여 점이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얼굴을 못 뵈었다. 조회도 안 했다. 어찌나 억울하고 섭섭하던지...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 상장 받는 순서에 한꺼번에 받았으니, 폼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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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시 풀어봤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작년인 것 같다. 지금 봐도 문제가 생각보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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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험지는 저렇게 구겨졌다. 화가 나서 시험지를 버리려고 했지만 차마 못 버리겠더라. 지금도 중국어 시험지는 다 가지고 있다. 평생 기념으로 간직 하려고 한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지만, 다른 길을 다 놔두고 한길을 선택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의 중간에 들어섰으니 책임을 져야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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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중국어 교과서

니가다해/주절주절 2006/12/14 21:58 posted by Greensun

2000년 여름방학, 처음으로 중국어 책을 샀다. 열심히 테이프를 들으며 한글 기호를 보며 따라 연습했다. 책의 중간까지 문장을 외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2002년 3월 인천의 한 외고에 입학을 했다. 친구 꼬임에 넘어가 원서를 쓰고 전공은 당연히 중국어였다. 말이 친구 꼬임이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외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난 공부를 그리 잘 하지 못 했다. 영어는 잼병이었다. 그래서 그 꿈을 접었었다. 그러다가 영일외고를 알게 되었다. 비록 학교 수준은 실업계이었지만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만 했었다. 부모님과 친척들의 만류에도 난 그 학교를 선택했었다. 그래서 지금 후회한다.

첫 중국어 수업, 정말 재미있었다. 아래 사진은 당시 사용한 교재다. 일반적으로 외고에서는 시사에듀케이션의 중국어1을 사용한다. 잘 나가는 일류 외고에서는 원서를 사용하거나 다른 301구 교재나 기타 더 좋은 교재를 몇 권씩 사용하지만 우리학교는 이 책 한 권을 일년 동안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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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교과서다. 절대 교사용이 아님을 밝힌다. 하도 들춰봤더니 표지가 저렇게 구겨졌다. 내가 많이 본 것 보다는 원래 교과서는 종이가 별로 안 좋다. 저기 흰색 종이는 프린트 물이 아니다. 2학기 수행평가기간에 특기적성수업을 들으러 책상 위에 책을 놓고 나간 게 화근이었다. 시험범위만 뜯어 갔다. 덕분에 난 수업 내용을 한자도 빠짐없이 열심히 필기했었는데, 그 내용은 복구를 못 했다. 내가 하도 흥분해서 설쳐대니까 나중에 어떤 남자애가 자기가 그랬다고 하더라. 솔직히 말하는 것 같았는데, 난 왜 그러냐며 장난치지 말라는 식으로 넘겼던 것 같다. 그 때는 몰랐는데 17살, 아직은 순진했던 나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말했던 것 이었겠지.. 지금이라면 아마 시치미 떼고 오히려 화를 낼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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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필기를 했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어지럽다. 원래 그렇듯이 첫 장부터 앞부분은 지저분할 정도로 열심히 끄적거리지만 뒷부분은 새 책이라 착각할 만큼 깨끗하다. 뒷 부분에 내용이 더 많은데 그 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 ㅡ_ㅡ;;

저 얇은 책 한 권으로 1년간 주5시간의 수업을 했다는 게 신기하다. 중간에 중국영화도 보고, 노래도 배우고 했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가장 흥미가 높았던 1년 동안 더 많은 내용을 배웠으면 좋았을 것을 한다. 중국어2 책은 사기만 하고 수업시간에 펼쳐 보지도 않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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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총리가 외고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하다. 특수목적고인 외고의 설립취지는 고등학교 재학 중 외국어를 배워 사회에 나가서 그 외국어를 써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중등교육에서 대학의 어문계열과 같은 역할을 시키려고 설립한 것인데, 지금의 외고는 에초의 설립취지와는 맞지않게 외국어의 수업시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타 인문계고와 차이점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외고출신자들의 어문계열 진학률이'31%밖에 안 된다'가 아니라 '31%나 된다'다. 공과, 이과, 문과, 사범계열, 어문계열등 다양한 과가 존재하는 대학에서 어문계열로만 31%나 진학한다는 것은 충분히 외고졸업생들이 그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을 뜻한다. 외고에 들어갔다고 해서 인생의 진로를 꼭 어문계열로만 지정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보장하고 있는 미성년자의 선택으로써, 성인이 될 무렵이 된 학생들에게 개인의 교육받을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강탈하는 것이다.

지금의 외고는 죽어가고 있다. 각 외국어과의 전공어 시수는 점점 줄어들고 영어과 시수가 늘고 있으며, 조금 더 수준높은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3학년에는 수능때문에 외국어의 수업이 차질을 빛고 원래의 취지를 벋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학원을 1년 다니는게 외고 3년보다 낫다는 말들이 외고졸업생의 입에서 나올까.

외고는 실패한 정책이 아니다. 외고를 썩게 하고 실패한 정책으로 모는 교육부의 입시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다. 외고를 완전한 외국어 특수목적학교로 만들지 않을 거면 차라리 폐지하는편이 정부가 재창하는 교육평준화의 취지에 더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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